국제/북한

[펌] 김정은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OIZTLOMO 2011. 12. 26. 09:17

북한 문제에서 세간에 주된 관심은 김정일 건강 못잖게 김정은 후계자의 위상이 어느 수준인가 하는 데 쏠려 있다.


쉽게 말해 김정일 위원장이 조기에 사망할 경우 김정은이 버틸 수 있느냐는 문제다.

지난해 등장 직후만 해도 20대 새파란 신출내기가 얼마나 가겠느냐. 불안정하다는 소망 섞인 평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 체제를 거의 잘 모르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다소 왼쪽으로 의심되는 분들만 아니라, 보수적이면서도 균형된 시각을 보이고 있는 전문가들조차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지위는 상당히 공고하며, 사실상 후계세습은 상당한 완성단계에 들어갔다고도 한다.

물론 세습의 완전한 형태는 모든 핵심 권력을 이양받는 것이지만, 그건 어떤 국가나 왕조나 짐이 물러나거나 '서거'하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호전됐고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에서도 별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김정은 부위원장이 권력을 이어받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일단 현재로선 김정은은 당, 군의 주요 입지가 탄탄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 권력인 군의 경우는 사실상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서해 군사훈련 등을 지휘하는 정도란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나 탈북자 등은 지난해 연평도 포격을 김정은 작품으로 보기도 한다.
비난과는 별개로 그만큼 김정은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얘기다.

또 혹자는 아직 김정은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잇고 공식매체에서도 수행자로만 나온다고도 한다.
이 또하 북 체제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는 탓으로 보인다.
대신 간혹 나오는 장면들을 보면 김정은 부위원장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진이 바로 아래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10월31일 조선중앙TV에 방송된 장면이다. 8월28일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김정일 위원장을 마중하는 모습이란다. 북-중 국경지대의 기차역에 김정일이 도착하자 김정은이 고개도 숙이지 않고 한 손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라서 눈을 의심할 정도다. 악수하면서 다른 데도 쳐다본다. ㅎㄷㄷ
공식 매체가 이런 모습을 내보낸 자체가 뉴스거리다.
김 위원장이 해외방문 중에 외치를 담당하고, 국내 남은 김정은은 내치를 맡은 모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위 사진의 무게는 더 실린다.

또한, 북한 권력구조, 세습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7일 월요일 노동신문의 사진이 상징적으로 그런 정황을 잘 보여준다고 얘기하고 있다.


사진의 각도가 중요한데, 오히려 김 위원장보다 김정은이 더 부각되게 보일 정도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상당히 일리있는 지적으로 보인다.

다시 느끼는 것이지만, 김정은은 조부인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을 빼닮았다. 한때 성형설도 나돌았는데 미세 성형을 했을지 모르지만, 어릴 때 사진에 비춰봐도 살만 찌우고 헤어스타일만 저렇게 하면 완전 판박이다.
귀 위와 옆까지 시원하게 밀어버린 헤어스타일을 보면 김 주석 따라하기 계산이 엿보인다.

<이 사진은 김일성 주석이 쑨원(孫文)의 부인 쑹칭링(宋慶齡) 여사(1981년 사망)와 악수하는 장면으로 1958년 12월 당시다. 송봉선 고려대 겸임교수는 올해 9월 펴낸 책 <중국을 통해 북한을 본다>(시대정신)에서 북한정권 수립 초기 및 김정일 후계 작업이 진행중이던 80년대 북한 최고 지도부가 등장하는 사진들을 소개했다. >


*김정은 후계 체제의 순항 여부는 여기를 참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262154455&code=910303 >



<참고로 정성장 박사의 분석을 덧붙인다>

 

뜻밖에도 김정일보다 김정은에게 더욱 초점이 맞추어진 사진이 로동신문 1면 상단에 게재됐습니다.

비록 김정은보다는 김정일이 상대적으로 사진의 중앙에 가까이 있지만, 김정일과 간부들의 시선은 김정은을 향하고 있고 김정은의 얼굴이 보다 부각되게 카메라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물론 로동신문의 다른 사진들을 보면 김정일에게 카메라의 초점이 더 맞추어져 있지만, 로동신문 1면 상단이라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김정은에게 김정일과 간부의 시선이 집중된 사진이 게재된 것은 북한에서의 권력변동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980년대 중반에도 김정일의 영향력이 사실상 김일성의 영향력을 압도하면서 로동신문 1면에 김일성보다 김정일이 더욱 부각된 사진이 게재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에서도 특히 작년에 개최된 제3차 당대표자회 이후 김정은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어 김정은이 특히 내치 분야에서는 김정일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같은 변화가 반영되어 로동신문 1면 상단에 김정일보다 김정은에게 더 초점이 맞추어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진이 게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코멘트를 추가하면, 이번 로동신문 1면 사진에서 김정은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김일성의 젊은 시절 모습을 연상시키는 모습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의 선전선동 부서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상징(이미지) 조작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중략... )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에 마치 서구국가들처럼 적극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리고 로동신문이 주로 흑백사진을 제공하는데 pdf 파일에서는 컬러사진을 제공해 실제 신문보다 pdf 파일이 더 보기에 좋다고도 했습니다.

비록 북한이 선전을 위해 공개하는 문건이지만 그 문건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때로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위상은 아래 사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은하수 10월음악회 관람 사진이다. 가운데는 군부 실력자로 떠오른 리영호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인민군 총참모장이다.
김정은과 같은 급이지만 실제로는 김정은이 2인자로 올라섰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 ** 참고로, 김정일 위원장 앞 탁자에 재털이와 말보로로 보이는 담배가 인상적이다. 아들이나 리영호가 피우진 않았을 테고, 김정일이 다시 흡연까지 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된 모양이다. 아니면 계속 못 끊었던가. )


*김정은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은 바로 이런 것이다.

 국회의장 격인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깍듯이 인사하는 걸 한손으로 악수하며 여유롭게 받고 있다.

       


- 아래는 80대인 노동당 비서인 김기남에게 뭔가 물어보는 모습인데 힘의 역학관계가 잘 드러나 있다. 이미 김정은이 군과 당에서 실력자로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부연 설명을 붙이자면,

정성장 박사 같은 이들은 김정은 후계체제가 남측 생각보다 훨씬 공고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 박사는 10월28일 흥사단의 금요통일포럼 발표문에서 한마디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하더라도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개연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즉 "김정일이 북한의 절대 권력자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김정일을 북한체제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노동당과 군대, 공안기관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최고지도자의 사망만으로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희망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또 "군부와 공안기관 엘리트들은 김정일 사망 시 혼란을 수습하고정국을 이끌어갈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2009년 5∼6월 작성된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를 인용해 "이 문건은 ‘경애하는 장군님과 꼭 빼닮은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에게 운명도, 미래도 모두 위임할 것’을 군 장병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미 2009년 상반기부터 북한군은 ‘김정일의 군대’에서 ‘김정일·김정은의 군대’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건 남측이 애써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다. 냉정히 보고 대처해야 한다.



출처: http://ztgeist.khan.kr/183